서점에 가면 자기계발 서적이 넘쳐납니다. 요즘은 너도 나도 다 한권씩 쓰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여러분도 쓸 수 있습니다. 쓰레기 책! 아니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자기계발 서적! 개인적으로 자기계발 서적들은 나중에 빙하기가 오면 땔감으로 소중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만, 아무튼! 여러분도 한번 써보십시오. 제가 쉽게 한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1. 근사한 단어를 하나 골라라.

배려, 이기심, 성공, 10억, 행복, 발전, 쟁취, 게으름, 부지런함, 노력, 도전, 희망, 우정, 사랑. 헥헥헥 힘들다. 아무튼 뭐 좋다 싶은거 단어를 하나 골라잡으십시오. 그걸 책의 주제로 삼으면 됩니다.

2. 고른 단어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자료를 찾아라.

논어, 대학 같은 고전이나 성경 구절 같은 것이 잘 먹힙니다. 오한복음 몇장 몇절에 이르기를! 이러면 막 밑줄 긋고 난리납니다. 애들 위인전기에 나올법한 인물들의 명언도 좋습니다. 옛날 이야기나 우화 중에서 교훈을 주는 내용을 찾는것도 좋습니다. 어디서 들어봄직한 것도 좋고, 무조건 긁어모읍니다. 책 한권 정도 모을려면 꽤 많이 모아야 합니다만 폰트를 키우고 그림을 넣으면 되니까 크게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3. 다 찾았으면 수집한 내용을 대충 아무렇게나 쫙 나열 합니다.

본문이 완성되었습니다.

4. 각 내용 마다 제목을 붙이세요.

목차가 완성되었습니다.

5. 유의사항! 각 장의 제목은 그럴듯하게 붙이세요.

가령뭐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 대학에 나오는 말이죠. 이런거 탕왕은 기원전 18세기 어쩌고 하면서 쭉 적어놓고 제목을 나날이 새로워지기. 이러면 망합니다. 적어도 자기계발 서적을 쓰는 분은 이러면 안되죠. 신기한 깨달음. 이런식이나 놀라운 너무나 놀라운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따옴)같이 유명한걸 패러디해서 적으면 그럴듯해보이죠. 내용보다는 제목이 중요합니다. 목차만 보고 그럴듯하면 책을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내용 검색해서 채우는데 하루 걸렸으면 제목은 적어도 이틀은 고민하세요.

6. 마지막에 조미료로 독창성을 가미.

독창성 별거 없습니다. 경험담 같은거 있음 좀 마지막에 적어주세요. 나 지금 초딩이라 별 경험도 없는데? 이런분은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이 올린 사연 같은거 있죠? 그런거 자기 이야기처럼 쓰세요. 찾아보기도 귀찮으면 어머니께 옆집 아줌마랑 뭔 이야기 나눴냐고 물어보시거나, 친구한테 친구네 엄마의 친구의 아들 이야기좀 해달라고 하세요.

7. 책제목은 랜덤단어 + 1번에적은거

예를 들어 행복이다 이러면. 랜덤단어 아무거나 사전에서 찍어요. 우체부다 이러면 우체부의 행복. 소고기의 이기심. 나만의 게으름. 토끼의 부지런함. 뭐 암거나 대충 적어도 제목은 다 됩니다. 이러면 많이 낚이구요. 더 낚고 싶다 이러면 아예 비밀. 이래버리면 되겠지요. 난 더 잘 썼다 싶으면 초특급 비밀로 하세요. 돈을 붙여도 됩니다. 10억의 배려. 5억에 도전하라. 이래놓고 내용은 노력하라는거 쓰면 됩니다. 누가 5억번 이야기 대충 넣고. 너 자신을 알라(아폴로신전) 이런거 써놓고 책 표지는 아폴로신이 활과 돈을 들고 있는걸 그려넣음 되겠지요.

자! 이제 원고가 마무리 되어 책을 다 쓰셨습니다. 짝짝짝! 이렇게 다 쓴 책은 출판사에게 찾아가서 출판을 하면 됩니다. 얼마나 잘 낚이게 썼느냐에 따라서 출판사가 받아줄 수 도 있고 안받아 줄 수 도 있습니다 그건 자신의 글빨을 탓하면 되구요. 하루빨리 빙하기가 와야 좀 써먹을텐데 저런거 어디다 쓸지 모르겠습니다만 오늘도 많은 분들이 베스트셀러에 저렇게 만들어진 책들을 올려주고 계십니다. 그럼 여러분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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