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어느 싱싱한 여름밤.

전화로 어디좀 나갔다 올께. 하고는

자주 신는 슬리퍼를 신고 한손에는 아리따운 님에게 보낼 편지를 들고

가볍게 집을 나섰다.

머리속으로 빨간 우체통이 있음직한 곳을 가늠해보고

걸음을 옮겼다. 

도착해서 보니, 
 
우체통이 있어야 할 곳에는 쓰레기만 뒹굴 뿐이다.

내가 밤눈이 어두워서 못찾는건가?

분명히 매일 매일 길을 걷다가 스쳐 지나가곤 하는

그 흔한 우체통이

찾으려고 하니까 없다니!!!

근처 동네를 구석구석 뒤져보았다.

역시나 없다.

차가 다니는 길을 따라서 걷고 또 걸었다.

여전히 없다.

이쯤되니 우리 동네가 구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중심으로 거미줄망 처럼 온동네를 헤집고 다닌후에

난 결국 숨을 헐떡이며 포기하고

꽤 멀리 있는 우체국 까지 갔다.
 
진작에 우체국으로 갈껄...

우체국 앞에는 빠알간 우체통이 3개가 놓여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솔부엉이 우표가 붙여있는 편지가

잘 도착할까 생각하면서 편지를 뜯어볼 아이의 모습도 상상해보면서

우체통의 부재에 대해 

어린 시절 그 많던 우체통은 어디로 사라진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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